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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달라도 다함께]“한국어 배우며 매운 시집살이 고충도 나눠요”
작성자 관리자 조회 3358 등록일 20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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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5 동아일보]

[달라도 다함께]“한국어 배우며 매운 시집살이 고충도 나눠요” 

■ 서울 광진구 화양동 ‘세종한글교육센터’

이주여성 130명 무료 수업… ‘학교’ 이전에 ‘사랑방’ 역할 



깜짝 추위가 찾아온 22일에도 세종한글교육센터 강의실은 한국어를 공부하는 열기로 뜨거웠다. 젖먹이를 안고 하나둘 모여든 외국 출신 이주여성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 말로 된 교재를 들고 시집온 나라의 말을 익혔다. 최신 국내 가요를 따라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는 비록 발음은 서툴렀지만 크고 당당했다. 



사재 털어 5년간 봉사 정병용 이사장
이주민 문제 방치할 땐 美처럼 인종갈등 우려
개인 돈으로 운영 한계… 국가가 두팔 걷어야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우리 이제 헤어지네요.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 22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세종한글교육센터의 한 강의실. 다문화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라 ‘가갸거겨’ 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았지만, 뜻밖에 수강생들은 가수 백지영의 최신곡 ‘잊지 말아요’를 합창하고 있었다. 

강의 집중도는 자연스레 높았다. 40여 명이 모인 강의실에서 서툰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학생도 많았다. 한국어를 배운 지 5개월 된 베트남 출신 응우옌티투이티엔 씨(38?여)는 “노래로 한국어를 배우니 쉽고 재미있어 빨리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들을 위해 5년째 무료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세종한글교육센터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순수하게 개인 사재로 운영되는 곳이다. 이 학교의 설립자인 정병용 이사장(63)은 2006년 자신이 운영하는 광진구의 한 주유소 뒤에서 교실 한 칸으로 한국어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는 교사 6명에, 학생 수도 세계 각국에서 온 이주여성을 포함해 130명으로 늘었다.

정 이사장이 외국인 한국어 교육에 나선 데는 개인적인 체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버스 정류장에서 ‘수색 가는 버스를 태워 주세요’라고 적힌 쪽지를 들고 있는 20대 여성을 본 적이 있다”며 “외모는 한국인과 차이가 없었지만 알고 보니 동남아 출신 이주여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색’이라는 한글도 읽을 수 없는 이주여성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가 한글을 모르는데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시킬지 걱정되더군요.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라면 장차 한국도 미국처럼 ‘인종 갈등’에 휩싸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정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한글 봉사’에 나섰다. 처음에는 한국어로 교육을 시키려 했지만 효과가 없자 영어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교사를 채용했다. 1년에 5000만 원 들던 운영비는 지난해 1억5000만 원까지 늘었다. 교사 월급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교재비나 점심 식사까지 센터에서 부담하고 있기 때문.

“사람이 너무 늘어나면 우리가 데리고 있을 수 없어 ‘강제 졸업’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어 실력이 늘지 않아도 다음 사람을 받아야 해 졸업시킬 때는 정말 안타까워요.”

설립한 지 몇 년이 지나면서 세종한글교육센터는 이제 ‘학교’이기 이전에 광진구 결혼이주여성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좀처럼 한꺼번에 모이기 힘든 이들이 이곳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서로의 애로사항도 토로한다. 정 이사장은 “시어머니 생신날에 중국 풍습대로 길게 썬 국수를 내놨다 매를 맞고 온 한 중국 출신 며느리처럼 문화 차이 때문에 갈등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한국 문화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순수하게 개인 자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 정 이사장은 “이런 상황으로 학교를 계속하면 나도 몇 년 후 손을 들지 않을까 싶다”며 “이제는 국가가 이주여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광진구에만 다문화가정이 1200여 가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이들을 모두 가르칠 수 있는 큰 건물을 세워서 구청 등에 기부하는 것이 꿈”이라고 웃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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